스토리 — No. 2


안되던 이유를 찾고 허물자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에게는 더 강조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 주제는 ‘왜 그동안 안되고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출발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회적 기업들을 잘 분석해서 어떻게 ‘안되던 이유’를 해결했는지 파악하고 우리 사업에 적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도현명(임팩트스퀘어 대표)
임팩트스퀘어 대표, 임팩트얼라이언스 이사, 심센터재단 이사, 2019년 국무총리표창, 현장 사례로 알아보는 ESG(2022), 넥스트챔피언(2019), 소심청년(2019) 등 저술,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석사

제가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실사례가 장애인을 고용하는 곳이었습니다. 해당 조직은 장애인을 고용하여 식품류를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자료나 컨퍼런스를 통해서만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를 듣다가 처음 실전을 목격하게 된 것이죠. 해당 기업을 돕는다는 이유로 좀 더 깊이 있는 경영 상황들을 지켜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저도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막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분석을 하거나 솔루션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당시에 그 조직은 적자가 상당했습니다. 손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들이 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였고, 또 그 장애인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사 인력도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만들어 낸 상품이 대단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충분히 비싼 가격에 팔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마케팅 전략보다는 당장 사업의 구조를 면밀히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사회적 기업이 매우 희소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누군가 대표님께 규모가 커지고 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문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 설득할 능력도 부족했거니와 스스로도 솔루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 제기만 몇 번 더 하고는 의견개진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적 기업은 이후 매출이 몇배나 올랐음에도 적자 폭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을 경험하며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를 회상하면 무엇인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맞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가 되고 수많은 강의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실패와 성장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이 경험이 중요한 영감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창업은 어렵습니다. 5년내 80% 이상이 폐업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기업 창업은 어렵습니다. 사회적 기업 창업 중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꽤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1년에 수백명의 창업자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야기가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에게는 더 강조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 주제는 '왜 그동안 안되고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출발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창업을 하려고 하는 아이디어가 세상에 없다면, 내가 너무 똑똑해서 그 아이디어를 세상에서 처음 생각했을 가능성보다는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가 너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안되는 이유를 그대로 가지고 아무리 사업을 열심히 해도 본질적인 어려움이 해소 또는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힘들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안되는 이유가 보통 더 강합니다. 사회문제라는 것이 다수의 경우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종류라서 그렇습니다. 결국 그냥 시장 안에서의 안되는 이유인 '더 싸게 만들기 어렵다'거나 '더 편하게 만들기 어렵다.' 등을 훨씬 넘어서는 아예 사회문제 수준에서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사회적 기업에 발달장애인이 고용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러한 기업의 대표들이 모두 너무 나쁜 사람들이어서 그럴까요?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회 전반의 인식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발달장애인이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자신의 임금대비 충분한 생산성을 올리기가 보통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회사는 여러 부담과 혹시 모를 희생을 고려하니 채용을 하지 않게 됩니다. 누가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사회에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죠. 그게 일단 기본적으로 검토해야하는 안되고 있던 이유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 사명을 잘 수행하고 있는 조직들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회적 기업들을 잘 분석해서 어떻게 '안되던 이유'를 해결했는지 파악하고 우리 사업에 적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덴마크의 스페셜리스테른1)은 가장 대표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냈습니다. 자폐장애인을 고용하여 그들을 약 반년 정도 훈련시켜서 소프트웨어 테스터와 대량 데이터 입력자의 역할로 일하게 하였습니다. 자폐장애인 중 민감도가 높고 기억력이 뛰어난 부류가 있다는데 착안한 것입니다. 그 결과 5% 수준이었던 비장애인 전문가들의 오차율을 0.5% 아래로 낮추면서 큰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약 600명이 넘는 자폐장애인을 IT 전문가로 양성하고 고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사례는 장애인들이 가지는 특성 중 일부가 오히려 특정 업무에 대해서는 비장애인의 보편적인 역량을 웃도는 경우가 있다는 데에 착안하고 있습니다. 이를 강화하고 적합한 업무를 제공할 경우 충분한 생산성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스페셜리스테른 Specialsterne, Link 스페셜리스테른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비즈니스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사용하는 덴마크의 사회적기업으로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품질 관리 및 데이터 변환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에 라이센싱이 되어있고 우리나라에도 해당 사업이 존재하는 어둠속의대화도 유사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한 암전 가운데 체험형 전시를 진행합니다. 이때 전시의 가이드가 시각장애인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시 가이드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감동과 특수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국내에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은 베어베터2) 입니다. 발달장애인만 200명이 훌쩍 넘게 고용하고 있습니다. 베어베터는 위의 사례와 유사하게 직무를 잘게 쪼개고 장애 특성에 맞는 직무를 훈련시켜서 생산성을 증가시킵니다. 더불어 좋은 도구들을 제공하여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뿐 아니라 국내 장애인 고용 촉진제도인 장애인고용부담금 감면제도를 활용하여 대기업의 구매를 창출해냅니다. 그들은 베어베터에서 명함을 인쇄하고, 쿠키를 사고, 꽃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의 최대 절반을 감면받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정부의 정책과 규제를 활용하여 구매자의 관점에서 이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제도이지만 특히 이 구매연계 방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히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베어베터 Bear Better, 베어베터는 일자리를 가지기 가장 어려운 발달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2012년에 설립된 회사로서 매출액 약 100억, 직원수 약 300여명, 이중 발달장애 직원은 250여명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도록 쉬운 직무를 개발하여 인쇄물, 명함, 원두, 제과제빵, 플라워 사업과 카페 및 매점 운영위탁서비스 사업 등에 적용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인 고용 모델을 전파하고 있다.

장애인고용부담금 감면제도를 활용하는 다른 방향성은 자회사형 사업장이 되는 것입니다. 직접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것도 직접 고용과 동일하게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구매연계 제도는 고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또한 부담금의 감면이 절반까지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회사 방식은 그런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자회사이기 때문에 좀 더 깊게 관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죠. 국내에 이런 접근은 많지는 않지만 종종 있습니다. 더사랑3)이 김앤장의 자회사로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히즈빈스4)가 기업이나 병원에 카페를 자회사 형태로 만들도록 컨설팅하는 방식도 유사합니다.

3) 더사랑 The Sarang, 2010년 발달장애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으로, 중증장애로 취업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증장애인과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고령자를 함께 고용하여 ‘중증장애인과 고령자 2인 1조로 고용하는 고용모델’의 성공적인 사례로 인정되었으며, 장애인 고용과 고령자 고용이란 두 가지의 사회문제에 대한 솔류션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제품으로는 구급키트, 문구류가 있으며, Good Packer 브랜드로 포장전문 회사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4) 히즈빈스 2009년 시작된 히즈빈스는 장애인 전문가를 양성하여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사회혁신 기업 '(주) 향기내는사람들'의 커피 브랜드이다. 히즈빈스는 카페, 컨설팅, 그리고 학교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장애인 의무 고용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장애인 인력 추천, 모집 대행, 직무 개발 컨설팅 등을 진행하며, 히즈빈스 컨설팅 모델이 세계정신 재활대회 우수 사례로 뽑히며 히즈빈스 컨설팅은 장애인 고용 문제를 개선할 대안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직영점 5, 위탁경영 11, 전국적으로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여 그들의 독특한 예술감각을 통해 좋은 예술작품이나 굿즈를 만드는 디스에이블드, 적절한 직무 훈련으로 숙련도를 높이고 숙성에 긴 시간을 소요하는 천연비누 생산의 특성상 생산에서의 일부 지연이나 실수는 전체 프로세스에 큰 비효율성이 아니도록 한 동구밭5) 등도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내며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5) 동구밭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지속가능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고체 비누를 제조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15년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및 사회성 문제 해결을 위해 텃밭을 가꾸며 텃밭을 가꾸며 시작한 동구밭은 1명의 발달장애인과 3명의 비장애인으로 시작하여, 2021년 현재 동구밭은 27명의 가꿈지기(장애사원)과 27명의 비장애인 사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앞서 언급하였던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를 나름대로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접했던 기업이 장애인 직원의 생산 어려움을 규모에 대한 기대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과는 작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위의 사례들은 생산성의 저하가 되는 부분을 제고하려는 노력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원을 고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창출되도록 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테른은 분명히 현재 구조에서는 비장애인 직원보다 자폐장애인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유리할 것입니다. 어둠속의대화가 만약 가이드로 활동 중인 시각장애인 한 분을 더 이상 고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당연히 핵심 경쟁력이 약화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우린 장애인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 사회적인 미션 때문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도 치명적인 상황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사업 모델이 충분히 장애인 고용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도록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꼭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이런 도전은 모든 사회적 기업들에게 중요합니다. 글로벌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 중요한 금언을 하나 소개합니다. 'GOOD IS NOT GOOD ENOUGH', 즉 선한 마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선한 마음이면 다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선한 마음이 없어서는 안되겠죠. 그게 없다면 다 무의미해집니다. 그러나 선한 마음만으로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좀 더 전략적이고, 좀 더 도전적인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악인은 한번의 악행을 위해 여러 번의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선한 일을 위해 당연히 좀 더 뚜렷하게 유의미한 수고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장애를 가진 분들이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고 더 역동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은 그 분들에게도 유의미한 일이겠지만, 그보다 사회 모두에게 더 좋은 사회를 경험케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한 두명의 헌신과 아이디어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일을 이루어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의 아이디어와 열정은 충분히 그 구조를 하나씩 허물어낼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하기 위해 적합한 산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직무훈련을 하여야 효율성이 높아질지, 활용 가능한 도구는 어떠할지, 제도적 이점을 비즈니스에 접목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지 등 실제적인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 경영에 대한 연구와 적용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렇게 더 좋은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이 성공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