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 No. 3


정신장애인의 취업률 및 직업유지율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 제언

히즈빈스 임정택 대표

“무엇보다 정신장애인 각자에게 특화된 현장 중심의 직업 교육과 맞춤형 일자리, 그리고 사회적지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대한민국 정신장애인의 취업률과 직업유지율은 증가할 것이다.”

임정택(히즈빈스 대표)
(주)향기내는사람들 의장/공동대표, 가평우리마을 운영대표, 2008년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1위, 2008년 향기내는사람들, 히즈빈스 창업, 2016년 대한민국 세종대왕 나눔봉사 대상,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 석사, 2022년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겸임교수, 2022년 가평우리마을 운영대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보고서(Mental health atlas, 2017)에 의하면 세계 인구 중 7억 2천만명(10%)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또한,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집중해 봐야 할 사회문제는 15가지의 장애인 유형 중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이 9.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실업률 역시 정신장애인이 30%로 장애인 유형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대한민국 장애인실태조사, 2020) 또한 정신장애인들의 취업률은 15개 장애유형 중 최하위인 상황이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_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19]

한편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간한 2019년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1인 이상의 기업체에 고용한 장애인 상시 근로자는 총 20만5천39명이었고, 이중 정신장애인은 2천854명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일본의 경우 민간기업 고용장애인 수는 56만608명이며, 이중 정신장애인은 7만8천91명(14%)이다. 일본은 정신장애인의 고용률 상승 및 직장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법적 고용률 산정 시 신규 정신장애인 고용에 한해 3개월간 월 8만 엔(약 80만 원) 지급 및 단시간 근로자 산정기준 완화 등의 제도적 노력을 시행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정신장애인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보다 사업주들이 고용에 소극적이며 취업 가능한 직종 자체가 제한돼 취업 및 유지가 어렵다”며 “다양한 고용 기회 확보 노력을 통해 맞춤형 일자리 칭출 및 취업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신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직업 유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직업유지율은 18.3%로 OECD 평균인 50%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2014)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장애인이 일하지 않는 이유로 '업무수행이 어렵다'(59.1%)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물론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장애인 각자에게 특화된 현장 중심의 직업 교육과 맞춤형 일자리, 그리고 사회적지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대한민국 정신장애인의 취업률과 직업유지율은 증가할 것이다.

(주)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이라는 기업에는 60여명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신장애인들이 3개월 이상 직업을 유지하는 비율이 18.3%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3개월 이상 일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균 42개월 이상 일을 지속하고 있다.(최장 직업 유지기간 12년) 그래서 위 기업은 지난 13년간 이들을 교육하고 연구 하면서, 현대 정신장애인들의 취업률과 직업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정리할 수 있었다.

  • 첫째는 현장 중심의 단계별 직업교육이다. 이론적인 교육을 넘어서 실제 직업현장을 기반으로 훈련받고 실습하였을 때, 두려움을 줄이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직업교육은 취업 전 뿐만 아니라, 취업 후에도 집중적으로 일정 기간 반복되어야 한다.
  • 둘째는 맞춤형 일자리와 보장된 근무기간이다.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지능은 결코 낮지 않은 정신장애인들에게는 본인의 강점에 맞는 직무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제조, 서비스, 유통, 교육, 디자인, IT,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개발과 취업 후 최소 1년은 적응하도록 기다려 주는 보장된 기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사회활동이 단절되었던 정신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에 비해 업무를 익히고 적응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본인의 강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직업에 대한 흥미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셋째는 기업과 고용주들을 위한 정신장애인 고용 및 관리 시스템 개발이다. 기업과 고용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실제로 정신장애인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법적으로 장애인을 의무 고용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기업에 맞는 장애인 고용 및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비전과 직무환경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의 부서 및 사업장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고용된 정신장애인 직원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담당자 선임, 혹은 관리자 파견 및 위탁운영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정신장애인의 취업률 및 직업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요소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적용 가능한 특별한 지원모델을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의 비전은 ‘모든 정신장애인이 본인의 강점으로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이 세상에 일할 수 있는 모든 정신장애인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될 수 있도록 교육하며,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채용하고 오랫동안 근무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그 시스템 속에서 지역사회의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들의 취업지원과 직업유지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상담 및 컨설팅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크게 세 가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 첫 번째 사업은 정신장애인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직무훈련 아카데미이다.
  • 두 번째 사업은 정신장애인의 취업을 확대하기 위한 고용 컨설팅이다.
  • 세 번째 사업은 정신장애인의 고용유지를 돕는 직무지도원 양성사업이다.
  • 먼저 정신장애인 전문직업인 양성 아카데미는 기존의 특수학교나 학원보다 다양한 직업교육에 특화된 아카데미이다. 이 아카데미는 정신장애인들이 갖고 있는 각자만의 강점을 기반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단계는 크게 강점발견코스, 강점훈련코스, 강점강화코스로 나뉘며, 클래스는 바리스타학과, 디저트학과, 한식조리학과, 양식조리학과, 디자인학과, 사회복지학과, 행정회계학과, IT학과, 창업학과 등으로 개설할 수 있다. 각 클래스에서 기본 과정을 수료하면 관련 업계 취업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 과정에 대한 전문성과 공신력이 뒷받침된 브랜딩 작업이 갖추어져야 함이 전제 조건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정신장애인들은 개인 역량을 십분 강화시킬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공인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아카데미에서는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을 위하여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이용하여 360도 interactive 교육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것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정신장애인 누구든 직업현장 안에서 교육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직업유지를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 두 번째 사업인 정신장애인 고용 컨설팅 사업은 직원 50명 이상의 모든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하여 지역사회 기업을 돕는 사업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 직원의 약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갖고 있으며, 실행하지 못했을 경우 고용부담금(정신장애인 1명 고용시 연간 3,000~4,000만원 감면)을 부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교육,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고용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의 담당자는 지역사회의 기업들을 발굴, 연계, 설득하여 직업교육을 수료한 정신장애인들이 본인의 역량에 맞게 기업 소속의 직원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업 내 사업장을 기획, 개설하여 취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컨설팅을 진행할 때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하여 중증장애인 지원사업 등의 프로그램도 적용시켜 협력할 수 있다. 결국 정신장애인 고용 컨설팅 사업은 지역사회 기업에게는 장애인 고용의무의 부담을 줄이고,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취업의 폭을 확대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것이다.
  • 세 번째 사업인 직무지도원 양성사업은 정신장애인의 직업유지를 위한 심리적 지지와 직무지도의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신장애인 직업유지율이 3개월 기준으로 18.3%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는 정신장애인 한 명의 자립을 위해서는 취업 지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직업유지를 위한 지원사업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에는 한 명의 장애인 직원에게 사회복지사처럼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맞춤형으로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부서나 담당자가 없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직원에게 근무 유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정부나 민간지원기관에서는 한 명의 정신장애인이 기업에 취업을 했을 때 최소 1년 이상 직무지도원을 의무적으로 파견하여 이들이 갖을 수 있는 심리적 불안, 대인관계의 어려움, 직무적응 시간의 필요, 디테일한 직무훈련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마다 정신장애인 자립지원기관(가칭)를 설치하여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들에게 맞춤형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각자의 강점과 흥미에 맞는 기업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취업 후의 정신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직업을 유지하도록 돕는 직무지도원 양성에 대한 부분까지 담당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들의 취업률과 직업유지율은 반드시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