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 No. 4


장애인 탈시설 정책 관련 소회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

“슬로건에 그치지 말고, 또 일률적인 탈시설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으로 중증의 발달장애인 등 이 땅의 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비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잘살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용직(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한국 장애인단체 총연맹 공동대표,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전 대표변호사), 키스트 미래재단 이사장, 소화장학재단 상임이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2022.2.18. 서울정부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는 장애인 탈시설정책1)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회의가 열렸다. 외관적으로 다툼이 많아 보이는 크게 두 진영의 사람들을 총리가 초대해 파격적인 간담회를 한 것이다. 어려운 모임을 실행에 옮긴 총리님께 감사드린다.

1) 1981년 심신 장애자 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40년동안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거주시설은 경직적 운영으로, 장애인 개개인의 서비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지역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 및 코로나19 등 집단 감염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앞으로 20년간 단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에 대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Link

이미 정부에서 로드맵까지 제시한 상태이니 이를 전면적으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라 할 수 있지만, 탈시설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되고 탈시설로 이루고자 하는 실제 목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 생각이어서 회의에 임했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의 80%이상이 발달장애인이고, 재가 발달장애인 중 시설에 들어가길 원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며, 또한 이들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보도되는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일률적인 탈시설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궁극적으로 탈시설을 이루는 방법은 시설 유입의 요인을 막고,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탈시설을 일률적으로 강제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시범사업에서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독립하기 가장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함께 잘 살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주거시설도 다양성있게 잘 만들고, 주간 활동 등 24시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인프라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충분한 예산 조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시설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가 많으므로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는지 지도감독을 잘 해야 한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나아가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큰 규모에서 가능한 서비스 이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을 연계해서 문화 체육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설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과 부모들은 장애 감수성이 부족해서 탈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어떤 부모가 지역사회에서 생활이 가능한데도 시설에 보내려고 하겠는가?

시설에 있는 분들과 이들의 부모님들이 가장 이해당사자들인만치 이분들과의 소통이 더 우선적으로 있었어야 마땅한데, 그것이 부족했다는 점은 많이 아쉬운 점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기관을 만들면서, 새로운 제도가 이 기관의 직원들을 위한 것인지 장애인들을 위한 것인지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탈시설 전환을 담당할 기관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시설에서도 중증의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행복하면 모두 행복하다는 명제를 잊지 말고, 현실적 편의만 쫓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장애인들과 부모들끼리 방법론으로 반목하지 않고, 선과 악으로 구별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상반된 의견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발달장애인들을 조기부터 적절하게 잘 중재하면 상태가 비교적 좋은 상태가 되어 시설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관련하여 WHO가 개발하고 사랑협회가 도입한 CST2)의 활성화에 신경 써 달라는 건의를 하였는데, 탈시설 간담회에 와서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치부치 말고, 적극적으로 임하시기를 정부 당국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덧붙여 총리께 장애인특별수요신탁에 관심가져 주십사 부탁했고, 이해하는 눈치여서 다행이었다. 슬로건에 그치지 말고, 또 일률적인 탈시설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으로 중증의 발달장애인 등 이땅의 장애인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비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잘살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2) CST(Caregiver Skills Training,이하 CST)는 발달장애 및 발달지연, 발달의심 아동에 대한 조기개입과 그들의 주양육자를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Autism Speaks가 공동 개발한 양육자기술훈련 프로그램이다. CST는 발달장애 및 발달지연, 발달의심 아동의 발달을 모니터링하며 아동과 그 가족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지역사회의 프로그램들의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발달장애 및 발달지연, 발달의심 아동과 양육자 및 그 가족의 치료 갭을 줄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Link